오랫만에 게시판 나들이를 했다. 나는 정치 성향의 게시판을 잘 가지 않는데…
(오해 마시길. 나는 정치적 ‘열정’이 엄청 강하다. 그래서..인터넷 상의 게시판에는 오히려 가지 않는다. 꼭지가 돌기 때문에.)
어제 선배와 맥주 한 잔 하다가 skepticalleft.com 이란 게시판 이야기가 나와서…
거기에 갔다. 아련한 일이다.
그 게시판이 아마 죽은 양신규(이하 ‘스카이’라고 하자. 그렇게들 불렀다. skyang) 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었을 게다.
그리고 거기에서 분파가 일어나…skepticalleft와 theacro 로 나뉘었을 게다. 이젠 스카이가 몇 년에 죽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스카이랑 어울려 다니던 사람들의 얼굴 모습도 오픈, 하킴,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나는 그와 많이 논쟁하고 싸우던 편이었는데….한참 미워하다가도…문득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성격의 사람이었다.
그는 몇가지 민감한 부분 (김대중에 대한 절대적 지지)을 제외하고는, 내가 본 사람 중에, ’지식인의 덕목’ (지적 정직성 intellectual integrity에 관한 윤리)이 상 당히 강한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의 생각은 그래서 둘로 분열되어 있었다.
하나는 …DJ로 대표되는 정치 세력에 대한 신앙적 지지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지식기반 경제’에 대한 절대적 신뢰였다.
한국의 지식층에서는 이 두 가지가 결합한 경우가…아마 스카이 하나 뿐이었을 게다.
(DJ 지지자들은 반미적, 혹은 미국-견제적 입장을 가진다.)
그는 이 둘을 결합시키기 위해 기기묘묘한 좌충우돌을 했고…… 이 지적 곡예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가 감행했던 이 지적 곡예가 어떤 흔적과 자리를 만들었고….
그 중 하나가 skepticalleft라는 생각이 든다.
그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lucidian 이란 분의 블로그가 언급되는 것을 보았고,
거기에서 ‘학문적 진리와 정치적 신념 사이의 괴리’란 글을 보았다.
http://lucidian.egloos.com/4395471
글쎄…스카이의 경우, [dj 에 대한 신앙적 지지]라는 정치적 신념과
[미국 MIT에서 익힌, 미국 주도의 글로벌 시장경제, 지식기반경제의 우월성]이라는 학문적 ‘진실’ 사이에 괴리가 있었던 것일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괴리가 있다면 정치성향과 생활감각의 괴리였다.
긴장이 있다면 정치성향과 생활감각의 긴장이었다.
이 때 생활감각은….하루하루 경험하고 겪는 일(학문 연구를 포함함)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감각이다.
미국의 아프간/이라크 침공을 지지했고, 전교조를 엄청 미워했고, 미국 주도 문명의 힘을 찬양했던 것은 그의 생활감각이었고
DJ를 신앙처럼 받든 것은, (한국 정치에 관한) 그의 정치 성향이었다. 이 둘 사이에는 분명히 무엇인가 큰 간격이 있다…긴장이 있다. (나는 괴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루시디안 님의 글을 읽으면서도..오히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학문과 정치의 괴리(긴장)가 아니라…
(몸이 반응하는) 정치성향과 , 일상의 생활감각 사이의 괴리가 아닐까…라는 생각.
나는 개인주의에 관해 …우리 사회의 괴리 현상을 많이 보았다.
우리 사회의 지식 노동자들은, 생활감각 상으로는 골수 개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이기심을 인간 행동의 원동력으로 본다는 측면 뿐 아니라, 개인 판단력의 핵심인 지적 정직성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본다는 측면에서…진짜 하나의 신념 체계로 자리잡은 개인주의를 뜻한다)
그럼에도 개인주의를 진지하게 들고 파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개인 보다는…..사회, 정의, 공익…..이런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더 편안하게 느낀다.
긴장과 괴리는 밖에 있지 않다. 안에, 내 psyche 속에 있다.
뱅모님. 정말 반갑습니다. 저도 양신규 교수님의 지적 일관성이 무엇이었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봤는데, 어떤 정치생태학적 측면에서의 균형잡기라고 해야하나 그런 관점에서 보면 양교수님의 노선이 이해가 가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언제 이 문제로 스켑렙에서도 한번 논의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건강하세요.
네…생각하면 아련하고 아득한 일입니다. sky 살아 있을 땐 정말 미워했고(!!!), sky가 자살했을 때에는 망연했는데…그 흔적이 남아 이렇게 http://www.skepticalleft.com 까지 왔으니…
그게 인연이 되어…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으니….그 앙마구리 같던 sky에게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드네요…